영화 속 SM 성적 판타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와 SM 플레이라는 파격적 소재로 ‘엄마들의 포르노’(mommy porn)라고 불리며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어 왔는데요. 영화의 영어 원제목은 ‘50 shades of Grey’. 한국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지만 실제 ‘shade’의 의미는 그림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원작자인 E.L. 제임스는 실제 선(善)을 뜻하는 흰색도, 악(惡)을 뜻하는 검은색도 아닌, 독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모습이라는 의미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그레이(회색)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작가에 따르면, 자신의 소설은 “옳고 그름의 잣대로 재단되지 않는 여러 가지 명암(shades)을 가진 한 사람의 삶을 그린 것”이라고 하죠.

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인 아나스타샤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레이라는 이름의 남자 주인공이 성공한 신사에서 SM 플레이에 미친 매니악으로 변화하는 50가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 중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게 사도-마조히즘(SM·Sado-Masochism), 즉 가학-피학적 성애를 요구하고 그들은 그레이의 숨겨진 공간에서 채찍과 수갑, 눈가리개 등을 이용해 은밀한 행위를 즐기기 시작하는데요. 백만장자이자 잘 생기고 멋진 남자 주인공이 출연해서 그랬을까요? 처음 이 영화가 나오자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SM 성적 판타지가 증폭되면서 동시에 성범죄와 로맨스의 차이에 대한 열띤 논쟁이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처럼, 개봉된 영화는 선정성 수위를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대중들이 상상했던 만큼의 아주 야한 장면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양한 전희 묘사가 등장하긴 합니다. ‘넥타이로 손 묶기’ ‘얼음 활용한 애무’ ‘손으로 엉덩이 때리기’‘밧줄로 손 묶기’ ‘눈가리개 활용하기’ ‘깃털을 활용한 애무’ ‘SM 도구를 활용한 때리기’ 등 포르노가 아닌 일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게다가 여주인공의 노출 순위가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여주인공 다코타 존슨은 가슴이 노출되며 음모도 살짝 보이는 수준이었죠. 대신 여주인공의 얼굴 표정과 호흡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촬영되었기 때문에 SM 성행위 장면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남자 주인공이 SM 도구를 들고 뭔가를 하려는 장면에서 멈추고 대신 그에 반응하는 여주인공의 다양한 표정, 숨소리만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SM에 대한 판타지만 잔뜩 갖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관객들이 꼽는 주요 명대사 역시, “찰싹” “으응” “하아” 이렇게 의성어가 다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을 만큼!

그렇다면 실제 SM은 어느 정도 수위를 의미할까요? 본래 성관계에서 BDSM이란 구속(Bondage)과 훈육(Discipli ne), 지배(Dominance)와 굴복(Submission), 가학(Sadism)과 피학(Masochism) 등 세 가지 성적 지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성적 취향에는 일반적으로 섹스 중에 한 파트너가 더 지배적인 역할을 맡고 다른 파트너는 더 복종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SM 행위는 ‘머리카락 당기기, 수갑, 스카프 또는 넥타이 속박, 눈가리개, 가벼운 때리기, 역할 놀이’가 해당되는데, 특히 두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한 사람은 지배적인(돔)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복종하는(서브)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지배적인 파트너, 즉 상위 파트너는 보통 때리고, 채찍질하는, 기타 성적인 시나리오를 통제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 속 SM 관계도 도미넌트(주인)과 서브미시브(하인)으로 구분되고, 이때 여주인공 아나스타샤가 서브미시브, 남주인공 그레이가 도미넌트에 해당되는 것! 이제 영화를 보고 판타지만 생겼던 SM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셨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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